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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건국대 논술

조회 수 7270 추천 수 0 / 0 2006.01.26 00:54:53
extra_vars3 : 김현정 
* 아래 두 제시문에서 석저와 자베르가 처한 문제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 형(荊)나라 소왕(昭王) 때, 석저(石渚)라는 선비가 있었다. 사람됨이 공정하고 사사로운 정(情)이란 것을 몰랐기 때문에 왕이 치안관으로 일을 보게 했다. 어느 날 길에서 사람이 죽은 사건이 생기자, 석저는 범인의 뒤를 밟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범인이 자기 아버지였다. 석저는 그대로 수레를 돌려 왕궁으로 나아갔다.
“살인범은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를 제 손으로 잡는다는 것은 자식된 도리로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범인에게 사사로운 정을 두는 것은 국법을 어기는 것으로 불가(不可)한 일입니다. 법을 범한 이상 벌을 받는 것이 신하된 자의 도리입니다.”
석저는 이렇게 말하고 형틀에 엎드려 왕에게 죽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뒤를 좇았으나 잡지 못한 것뿐이니 어찌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할 것인가. 계속해서 맡은 일에 충실하도록 하라.”
하지만 석저는 사양하며 말하기를,
“아비에게 정을 두지 않으면 효자라고 할 수 없고, 임금을 섬기며 법을 굽힌다면 충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임금께서 그것을 용서하시는 것은 은혜로운 일이지만, 감히 국법을 어길 수 없는 것이 신하의 도리입니다.”
하고 형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씨춘추(呂氏春秋)]

(나) 몇 시간 전부터 자베르는 아주 간단한 일도 뚜렷하게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아무리 곤란한 일에 부딪혀도 그토록 단순하고 명쾌하던 그의 두뇌가 혼란에 빠진 것이다. 수정과 같은 맑은 머리에 먹구름이 낀 것이다. 자베르는 자신의 확고한 의무감이 산산조각이 난 것을 느꼈고, 자기 자신한테 이 사실을 속일 수가 없었다. 뜻밖에도 센 강변에서 장 발장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의 마음은 사냥감을 찾은 늑대와 같은 기분과, 주인과 다시 만난 사냥개와 같은 기분을 맛보았던 것이다.
그의 입장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악인에게 목숨을 구출받고, 그 빚을 갚는다. 본의 아니게도 범죄자와 동등한 입장이 되어서, “가라!”고 말해 주었던 자에게 이번에는 자기 쪽에서 그 은혜에 대한 답례로 “도망쳐라!”고 말하게 된 것이다. 자기의 양심에 충실하려고 한 것이 사회를 배신해 버린 것이다. 이런 부조리한 일이 모두 현실이 되어 그를 내리눌렀다.
이제 방금 자기가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서 그는 몸서리쳤다. 명색이 자베르라는 이름의 그가 경찰의 모든 법규와 모든 사회적 및 법률적인 조직과 법률 조항을 완전히 어기고, 한 죄인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석방해 버린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남은 해결책은 단 한 가지, 급히 롬 아르메 거리로 되돌아가서 장 발장을 체포하는 일뿐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가 그의 길을 가로막고 서서 방해했다.
장 발장은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의 일생의 지주(支柱)가 되어 있던 공리(公理)가 하나도 남김 없이 이 사나이 앞에서 무너져 버린 것이다. 여러 가지 다른 사실을 상기해 보니, 전에는 거짓말이나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은 진실같이만 생각되었다. 마들렌 씨의 모습이 다시 장 발장의 등 뒤에 나타나, 두 모습이 서로 겹쳐져 단 하나의 존경해야 할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다. 자베르는 무언가 무서운 것이 영혼 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범죄자를 존경하는 감정이었다. 범죄자에 대한 존경, 그런 것이 있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되자 몸이 떨렸다.
그의 가장 큰 괴로움은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된 일이었다. 왠지 모르게 뿌리째 뽑혀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의존해 왔던 법전(法典)도 이제 산산조각 난 파편이 되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느껴 본 적이 없는 불안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까지 그의 단 하나의 척도였던 법률적인 확신과는 전혀 다른 감정적인 계시가 마음속에 끓어올랐다. 하나의 새로운 세계의 모습이 훤히 그의 영혼에 보였다. 즉, 그가 받은 자비를 갚아야 한다는 것, 헌신?연민?관용?동정이 미치는 격렬한 힘에는 위엄조차도 무너져 버린다는 것, 인간을 존중하는 것, 결정적으로 사람을 심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인간의 정의(正義)와는 반대로 나아가는 신(神)의 정의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미지의 도덕이라는 무서운 해돋이를 보았다. 그 해돋이가 무서워져서 눈이 아찔했다. 억지로 독수리의 눈을 갖게 된 올빼미처럼.
―중 략―
자베르는 암흑의 입구를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얼마 동안 꼼짝도 않고 있었다. 마음을 집중시키는 것처럼, 뚫어지게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은 찰싹 찰싹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모자를 벗어 난간 언저리에 놓았다. 다음 순간, 검고 키 큰 사람 그림자가 난간 위에 똑바로 서서, 강물 쪽으로 몸을 구부렸다가 이내 다시 일어난 후에 어둠을 향해 똑바로 떨어졌다. 이어 희미하게 물이 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물 속으로 사라진 이 희미한 그림자의 충동적인 행위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암흑뿐이었다.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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