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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와 먹을거리'' ''빌어와 빌려''

조회 수 3650 추천 수 0 / 0 2006.03.15 19:25:10
extra_vars3 : 최갑용 
표준어와 국민들이 실제 사용하는 언어와의 차이가 있는 단어 중
대표적인 것이 '먹을거리'와 '빌려'입니다.
일부 국문계열 학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들은 '먹을거리'를 '먹거리'로
'(이자리를)빌려'를 '빌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른글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도 예외가 아닙니다.
국민들이(언론포함) '먹거리'와 '빌어'를 사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며,
향후 이를 표준어로 삼을 의향은 없으신지요.
나도 한마디
댓글
2010.12.21 10:34:51
운영자
'먹거리'와 '먹을거리'와 관련해선 논란이 있습니다. 우리말의 조어 원칙에 따르면 '먹을거리'로 써야 하나 '먹거리'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무엇을 표준어로 할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우리말 바루기 모음 217번 '먹을거리/먹거리'의 내용입니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이 두 공기도 채 안 된다고 한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지고 식생활이 변화한 탓이다. '먹을거리'는 '먹을 수 있는 온갖 것'을 가리키며, 각 나라 고유의 먹을거리는 하나의 문화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먹을거리 문화' 또는 '먹거리 문화'라는 말도 쓴다. 
그러나 '먹거리'라는 단어의 사용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과거 사전에는 대부분 '먹을거리' '먹거리'가 복수 표준어로 올라 있는 데 비해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연구원·1999년)은 '먹을거리'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가 다른 말과 결합할 때는 '명사+거리' 또는 '동사의 관형형(-ㄹ/-을)+거리' 형태로 이뤄진다. 즉 국거리·일거리 또는 볼거리·땔거리 등의 형태가 된다. 따라서 '먹다' 동사의 어간 '먹'과 '-거리'가 결합한 '먹거리'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먹거리'를 인정하는 쪽은 '먹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써온 말이며, 한자어인 음식·식품 등의 단어에 억눌려 잊어버릴 뻔한 값진 우리말을 되찾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거리'가 붙은 말은 아니지만 동사의 어간과 명사가 결합한 합성명사의 예로 덮밥·먹성·밉상 등을 들기도 한다. 
이런 이유 등으로 '먹거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먹을거리'만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학교 문법은 '먹을거리'를 따라야 하겠지만, '먹거리' 또한 나름의 논리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단어를 버려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다음은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의견입니다.

먹을거리’는 원래 통사적 구성이었던 것이 자주 사용되어 한 단어로 굳어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띄어 쓰지 않습니다. ‘먹거리’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동사 어간 ‘먹’과 의존명사 ‘거리’가 바로 결합한 합성어가 우리말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조어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미 예전부터 ‘먹을거리’라는 말이 동일한 의미로 쓰여 왔기 때문입니다. 
‘먹거리’가 만들어져 그 세력을 넓혀 온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그것은 대중 매체의 발달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조어 방식을 따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가까운 장래에 기존의 ‘먹을거리’를 완전히 대체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먹거리’가 ‘먹을거리’를 밀어내고 표준어의 지위를 획득할 정도로 전 연령에 걸쳐 그 세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올릴 표제어나 표준어를 정할 때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언어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쪽을 선택하였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사전의 표제어나 표준어는 현재 언중들이 사용하고 있는 어휘들의 역사성과 보편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한 것임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먹거리’라는 말이 점점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는 듯한데 만일 ‘먹을거리’와 ‘먹거리’의 세력이 역전된다면 그때에는 ‘먹거리’를 사전에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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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결론적으로 '이 자리를 빌려'의 경우 '이 자리를 빌어'로 쓸 수 없습니다.

다음은 우리말 바루기 모음 157번 '빌리다/빌다'의 내용입니다.

거의 모든 책 앞부분에는 그 책을 쓴 저자나 역자가 독자에게 드리는 글이 있다. 이 같은 글들의 맨 마지막에는 언제나 '이 자리를 빌어 ***에게 감사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런 경우 '빌어'는 '빌려'로 바로잡아야 한다. 
전에는 '남의 물건을 돌려주기로 하고 갖다가 쓰다'의 뜻으로 '빌다'를, '어느 기한에 도로 찾기로 하고 물건을 남에게 내어 주다'의 뜻으로는 '빌리다'를 썼다. 그러나 1988년 표준어 규정에서는 이 두 단어의 의미를 구별하지 않고 '빌리다'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즉 '차용(借用)하다' '가차(假借)하다' '대 출(貸出)하다' '대여(貸與)하다' 등에서 '借(빌 차)'와 '貸(빌릴 대)'에 해당하는 우리말을 '빌리다'로 통일한 것이다. 대상물에 대한 행위를 더 명확하게 하려면 '借'의 뜻으로 '빌려 오다'를, '貸'의 뜻으론 '빌려 주다'를 쓰면 된다. '남의 도움을 입을 때'나 '남의 말과 문장을 인용할 때'에도 '빌리다'를 쓴다. '그는 술의 힘을 빌려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동안 회자됐던 표현을 빌리자면 작품이 살아야 비평이 산다'등의 경우다. 
'빌다'는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바라며 기도할 때('망자들의 극락왕생을 빌기에도 평생이 모자랄 거예요'),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간곡히 청할 때('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선생님께 빌어라'), (남의 것을)거저 달라고 사정할 경우('너처럼 일하기 싫어하면 빌어먹기 딱 알맞다')에 쓰인다. 즉'祝'(빌 축)이나 '乞'(빌 걸)의 뜻으로는 '빌다'를 사용한다. 
최성우 기자 swoochoi@joongang.co.kr 

다음은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의견입니다.

'빌리다'의 여러 가지 뜻 가운데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인의 말씀을 빌려 설교하다/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등입니다. 그러므로 '이 자리를 빌려'라고 할 때에는 '빌어'가 아니라, '빌려'로 써야 합니다. 
'빌다'에는 '乞(남의 물건을 공 짜로 달라고 호소하여 얻다.)'과 '祝(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간청하다)'의 뜻이 있고, '빌리다'는 '借(나중에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쓰다)'의 뜻이 있습니다. 
'빌다'와 '빌리다'를 혼동하여 잘못 쓰는 것으로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가 있는데, 이 경우는 '이 자리를 구걸하여 감사드린다'는 의미가 아니므로,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로 써야 맞습니다. 이러한 오류에 준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빌다03'를 어깨번호를 달리하여 '빌리다'의 잘못으로 등재하고 있습니다. 
'호소하다'로 쓰이는 '빌다02'의 예는 '그들 부부는 집집마다 다니며 밥을 {빌었다}.' 정도이고, '간청하다'의 의미로 쓰이는 '빌다01'의 예는 '그녀는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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